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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살림고양파주생협] 긴긴 겨울 밤에 구워 먹는 현미가래떡

입력 : 2015-12-19 12:26:00
수정 : 0000-00-00 00:00:00



긴긴 겨울 밤에 구워 먹는 현미가래떡



 





 



동짓달 긴 밤의 허리를 잠시 끊어 두었다 임 오시는 밤 잇고 싶다던 황진이의 시가 아니더라도 밤 길어진 지 이미 오래입니다. 일찍 차려먹은 저녁상 물리고 티비도 지겨울 즈음 아이들 옆에 나란히 누워 공연한 말 붙이다 신통찮으면 옛이야기 하나씩 꺼냅니다. 배고픈 호랑이가 번번히 토끼의 꾐에 넘어가 골탕 먹는 ‘꼬리 잘린 호랑이’는, 여덟 살과 아홉 살 제 아이들이 몇 번이고 들려주어도 좋아하는 이야기입니다. 그 중 한 대목인가에는 떡 대신 불에 달군 돌멩이를 삼킨 호랑이가 앗 뜨거 데고 마는 일이 생깁니다. 떡에 찍어먹을 꿀을 가지러 가마는 핑계로 자리를 뜬 토끼의 꾐에 또 넘어가고 만 거지요. 쌤통이다 싶다가도 얼마나 뜨거웠을까 생각 미치면 호랑이가 은근히 불쌍하기도 합니다.



 



쌀을 쪄서 길게 뽑아내는 가래떡은 방앗간 대야 차가운 물에 켜켜이 타래로 쌓입니다. 찬물에 닿기 전 가위로 싹뚝 잘라 먹는 뜨거운 가래떡은 꿀을 바르지 않아도 충분히 맛납니다. 그런데 방앗간은 멀리 있으니, 오늘같이 긴긴 겨울 밤엔 화성한과에서 만든 한살림 현미가래떡을 팬에 구워 역시 화성한과에서 만든 쌀조청에 찍어 먹습니다. 화성한과의 안주인인 송희자씨는 남편과 함께 농민운동하러 간 화성에서 농삿일에는 도대체 취미를 붙이지 못해 끙끙 속앓이만 하다가 한과와 떡 만드는 재미에 빠져듭니다. 그리고 그렇게 가내수공업으로 시작한 사업은 이내 그 자체로 우리 쌀을 지키는 훌륭한 농업살림운동이 됩니다. 화성한과의 현미가래떡은 유기재배한 쌀과 국내산 천일염으로, 쌀 조청은 국내산 엿기름을 사용하여 전통적인 방식대로 생산합니다.



 



겨울 밤은 켜켜이 쌓이는 방앗간 가래떡 타래처럼 길고, 따뜻하게 구운 가래떡도 먹었으니 이제 다시 아이들과 나란히 누워, 긴 밤만큼이나 길고도 길어 세상에서 가장 길다는 이름 합창할 차례입니다. ‘김 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삼천갑자동방삭…강아지는돌돌이’



 



 



한살림고양파주생협 기획홍보팀장 좌수일



 



#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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